외장 SSD 연결 실사용 후기
스마트 기기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가진 분들이 가장 깊게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장비의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10년 동안 다양한 생활 가전과 IT 기기를 다뤄온 블로거로서 새로운 장비를 들일 때마다 성능과 가성비 사이에서 엄청난 갈등을 겪곤 합니다. 이번에 제 작업실로 영입한 아이패드 11세대는 유독 고민의 시간이 길었던 기기였는데, 아무래도 보급형 라인업이라는 편견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일 저녁 책상 앞에 앉아 펜을 굴리며 3달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니 이 기기가 가진 진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단순한 낙서나 메모 용도로 가볍게 쓰려고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일러스트 레이어 수십 개를 쌓아 올리는 본격적인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가의 프로 모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순간마다 감탄이 나오기도 했지만, 동시에 보급형 특유의 원가 절감 흔적 때문에 쓴웃음을 지었던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창작의 도구로서 이 기기가 과연 돈값을 하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가감 없는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뻔한 스펙 나열이 아니라 매일 손끝으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한 실제 드로잉 환경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했습니다. 액정의 질감부터 배터리의 소모 속도, 그리고 드로잉 전용 앱을 구동했을 때의 실질적인 반응 속도까지 아주 세세하게 짚어 드릴 예정입니다. 구매 버튼을 누르기 직전 마지막 확인을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 아이패드 11세대 그림 3개월 후 진짜 만족도 |
목차
원래 저는 데스크톱에 거대한 액정 타블렛을 연결해서 작업을 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넓은 화면과 정밀한 필압은 마음에 들었지만, 방 안 구석 책상에 꼼짝없이 갇혀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이 시간이 갈수록 큰 답답함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카페 창가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낙서를 하고 싶었고,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슥슥 스케치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습니다. 이러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휴대용 드로잉 장비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태블릿 PC 분야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시중에는 전문가를 위한 고가의 라인업이 즐비했지만 선뜻 이백만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자하기에는 취미 화가로서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저렴한 초저가형 모델을 사자니 펜의 반응 속도가 느려 선이 뚝뚝 끊기는 불상사가 발생할까 봐 걱정이 앞서더군요. 마침 성능이 한층 개선된 칩셋을 탑재하고 애플 펜슬과의 궁합을 자랑하는 아이패드 11세대가 눈에 들어왔고, 이 정도면 타협점으로 훌륭하겠다는 계산이 섰습니다. 기본형 모델이지만 드로잉 입문자나 세컨드 기기를 찾는 이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라는 소문도 한몫을 헸습니다.
제품을 배송받고 상자를 열어보았을 때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견고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알루미늄 바디의 차가운 촉감과 적당한 두께감은 손에 쥐었을 때 꽤나 안정적인 그립감을 선사하더라고요. 화면 테두리의 베젤이 아주 얇은 편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릴 때 손바닥이 닿는 면적을 감안하면 오히려 안정적인 스케치가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기기 자체의 무게도 가벼워서 에코백에 쏙 넣어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기기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과정은 역시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다른 대안들과 꼼꼼하게 비교해 보는 일입니다. 저는 기존에 사용하던 구형 9세대 모델과 더불어 가성비 드로잉 태블릿으로 언급되는 타사의 11인치급 제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면밀히 비교해 보았습니다. 각 기기가 가진 강점과 약점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표를 통해 정리해 보는 것이 직관적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스플레이의 특성부터 탑재된 프로세서의 종류까지 드로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 비교 항목 | 아이패드 11세대 | 아이패드 9세대 | 휴이온 Kamvas Slate 11 |
|---|---|---|---|
| 탑재 칩셋 | M 시리즈 탑재 (고성능) | A13 Bionic | Unisoc T616 |
| 화면 크기 및 비율 | 11인치 (Liquid Retina) | 10.2인치 (Retina) | 11.6인치 (FHD) |
| 라미네이팅 기술 | 미지원 (이격감 존재) | 미지원 | 풀 라미네이션 적용 |
| 전용 스타일러스 | 애플 펜슬 지원 (호버 미지원) | 애플 펜슬 1세대 | Wacom Pro Pen 3 기술 적용 |
| 색영역 범위 | sRGB 표준 색영역 | sRGB 표준 색영역 | sRGB 99% 수준 |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이패드 11세대는 성능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디스플레이 설계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면 라미네이팅 처리가 빠진 부분은 화면 유리와 실제 패널 사이에 미세한 공기층이 존재하게 만들어 펜을 쓸 때 약간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경쟁사 모델인 휴이온 제품이 풀 라미네이션 기술을 적용하여 펜촉 끝과 화면의 일체감이 뛰어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재된 칩셋의 연산 처리 속도가 워낙 훌륭하다 보니 복잡한 브러시 작업을 할 때의 반응 속도는 아이패드 쪽이 훨씬 매끄럽더군요.
색영역의 경우에도 광색역 P3를 지원하지 않고 표준 sRGB 영역까지만 표현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웹툰이나 일러스트를 주로 작업하여 모바일 기기로 결과물을 소비하는 대중을 타깃으로 한다면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지만, 인쇄용 고해상도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에게는 색 왜곡이 느껴질 수 있는 스펙입니다. 하지만 이전 9세대에 비하면 화면의 비율이 개선되었고 베젤이 얇아져 시각적인 개방감이 훌륭하다는 점은 분명한 업그레이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기기를 새로 구입하고 의욕이 하늘을 찌르던 첫째 주에 저는 아주 뼈아픈 실수를 하나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라미네이팅 처리가 안 되어 액정 유리 두께감이 느껴진다는 단점을 극복해보겠다고 다소 거친 마찰력을 가진 저가형 종이질감 필름을 덜컥 붙여버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종이의 사각거리는 느낌은 흉내 냈을지 몰라도 화면의 선명도가 심각하게 저하되어 색감을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더라고요. 게다가 펜촉이 사포에 갈리듯 닳아 없어지면서 불과 일주일 만에 내부 금속 핀이 드러나는 대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멀쩡한 필름을 뜯어내고 순정 강화유리 상태로 돌아간 뒤에야 비로소 디스플레이 본연의 맑은 색감을